세계관
건국신화에 따르면, 우리는 어둠의 세계에 발을 딛었다.
빛의 신, 히페리온은 자신의 권능으로 어둠을 밀어냈다. 그리하니 어둠에 묻혀 잠들어있던 낙원이 있었다.
어둠은 빛에 한 걸음 물러났으나, 도망치지 않았다. 어둠은 다시 돌아왔다.
히페리온이 숨을 내쉬니 태양의 신, 티투칸이 태어났다. 티투칸이 휘두르는 대로 어둠이 흩어졌다.
어둠이 흩어지자 낙원에서 자연의 신, 라르제로스가 깨어났다. 낙원의 진정한 주인, 라르제로스는 다시 잠들길 원치 않았다.
봄바람이 불었다. 어둠 속에서 마법의 신, 후야닌 밀로슈가 걸어나와 히페리온과 합세했다.
결국 어둠은 저 너머 어딘가로 도망쳤다. 낙원으로 충분했기에 어둠을 쫓아가지 않았다.
저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우리의 신조차 모르는 채, 낙원 위에 왕국을 쌓아올렸다.
자원이 풍요롭고 날씨마저 온화한 이 땅은 정말 낙원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렸다.
"종언이 실현되고 있다고 밖엔 생각할 길이 없지 않습니까." - 엘리스트라의 일원
왕국이 세워진 지 천 년. 주변에도 민족이 자리 잡고, 국가가 들어섰다. 몇 백 년 전부터, 수십 년 전까지 전쟁이 있었다.
15년 전, 선대 왕이 전쟁에서 명예롭게 전사하고 곁에서 싸우던 시켈로스가 왕위에 올랐다. 그로부터 5년, 시켈로스와 기사단은 전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왕국에 평화가 찾아왔다. 이를 기념하며 시켈로스는 암행을 떠났다. 왕좌가 잠시 비어있다고 혼란에 빠질 나라는 아니었다.
5년의 전쟁에서 보여준 시켈로스의 리더십과 행동을 모두 존경했다. 시켈로스는 아이를 하나 안고 돌아왔다.
대부분의 기사들은 시켈로스가 전쟁 고아를 거두었다고 생각하며 받아들였다. 혈통도 중요하지만 상징도 중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신화와 역사에 관심이 깊은 자들. '종언'에 대해 기억하는 자들.
건국 신화의 기록을 훑어보면, 세상에는 빛의 세계와 어둠의 세계가 존재한다고 한다.
우리는 어둠을 몰아내고 만들어낸 빛의 세계에서 살아간다. 침식은 어둠의 세계가 빛의 세계를 침범함을 알리는 것이다.
어둠의 세계는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살아간다. 그것들은 인간의 형태를 하기도 한다.
그리하여, 어둠의 것이 빛의 세계에 발을 들이면 빛의 시대가 끝나고, 다시 어둠의 시대가 올 지니.
그것이 종언이라.
한 편으로 우리는, '낙원'의 약탈자다.
태초에 어둠이 있던 곳. 어둠의 자리다. 어둠이 다시 자신의 보금자리로 돌아오는 건 당연했다.
곳곳에서 어둠이 밀려와 찬란한 왕국, 히페리온을 좀먹기 시작했다.
어둠이 물든 곳은 침식되어 생기를 잃었고 오염되어 사람이 살기 어려운 환경이 되고 만다.
더 큰 문제는 생물까지 침식된다는 점이었다. 식량도, 가축도, 인간도.
침식된 식량을 섭취하면 섭취한 자 역시 침식된다. 식물에서 가축으로, 가축에서 인간으로.
침식은 찬란한 왕국, 히페리온을 밑바닥부터 곪아가게 만들었다.
왕의 카리스마와 통찰력이 중요한 이 시기에, 제정신이 아니라는 소문이 돌았다.
아니, 내부에서는 자자했다. 폭군, 시켈로스 히페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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